민통선 너머, 고요한 시간 속 막걸리 – 교동양조장과 교동도 나들이
7월의 한가운데, 폭염과 장맛비가 교차하는 이 계절에 가족과 나는 조금 특별한 나들이를 감행했다. 목적지는 교동도. 이름부터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그 섬엔 교동도의밤이라는 묘한 이름의 탁주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민통선을 넘어야만 만날 수 있는 교동도와 교동양조장. 그 자체가 하나의 시간여행이었다.
민통선을 넘는 출입: 교동도로 향하는 길
교동도는 인천 강화도에서 다시 다리를 건너 들어가는 섬이다. 하지만 단순히 다리 하나만 건넌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 민간인 통제구역, 그러니까 민통선을 넘어야 하니 말이다.
검문소에서 신분증을 보여주고, 차량 정보를 등록한 후에야 교동도로 진입할 수 있다. 자정부터 새벽까지는 출입 자체가 제한되는 만큼, 이 섬에 발을 들이는 행위는 그 자체로 허락된 순간의 특별함을 동반한다. 통제구역을 넘어서 마을에 진입하면 여전히 군사적 경계 안에 있지만, 동시에 개발의 손길이 비껴간 덕에 믿기 힘들 만큼 평온하고 고즈넉하다. 마치 과거로 들어가는 통로 같다고 해야 할까.
대룡시장
교동도 내 몇 군데의 관광지 중 하나인 대룡시장은 한국전쟁 이후 북한 황해도 대룡리에서 이주해 온 실향민들이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며 만들었다는 역사적 사연이 있다.
실제로 북한의 대룡시장을 그대로 재현하고자 한 마음이 오롯이 담긴 공간. 시장 한 바퀴만 돌아도 70~80년대 풍경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다. 옛날식 문방구 간판, 손으로 직접 그린 포스터들, 다방 간판까지. 우리가 첫 번째로 향한 곳은 송화칩스.
지역 특산물인 감자와 고구마를 얇게 썰어 튀겨낸 바삭한 칩을 파는 매장이다. 캔 감자칩으로도 유명한 이곳의 감자침은 직접 먹어보니 기존 감자칩보다 훨씬 바삭하고 소금이 없는데도 감칠맛이 도는 것이 신기했다. 감자칩에 정성과 품격을 더한 느낌. 줄을 서서라도 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참기름에 담긴 콜드브루와 밀크티도 유명하다. 송화칩스를 지나 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좁은 골목 양 옆으로 특산물을 파는 곳, 주막, 분식집 등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있다.
특히나 보리새우와 다시마, 고구마와 옥수수는 시식을 해볼 수 있었는데 교동도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특산물이라 할 만하다.
교동양조장: 고요한 섬의 밤을 담은 막걸리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교동양조장. 시장 골목을 지나면 ‘항아리 쉼터’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은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술은 단 두 가지.
- 교동도의밤 11도 : 깔끔한 바디감에 곡물의 단맛과 구수한맛, 그리고 기분 좋은 산미가 은은히 퍼진다.
- 교동도의밤 14도: 일반적인 탁주보다 훨씬 진하고 알코올 도수가 높다. 텁텁함 없이 고급스럽게 넘어가는 뒷맛과 묵직한 바디감이 인상적이다.
교동도의 밤이라는 이름에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출입이 통제되는 이 섬의 고요한 시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교동도의 밤은 그 정적이 술에 그대로 녹아든 맛이다. 시간의 리듬이 담겨 있다.
양조장에서 추천해준 교동도의 밤 맛있게 마시는 법 3가지 방식은
- 그대로 첫잔에: 본연의 맛을 가장 진하게 느낄 수 있다.
- 얼음에 온더락: 술맛이 부드럽게 풀리며, 여름에 특히 잘 어울린다.
- 탄산수와 함께 하이볼 스타일로: 산뜻한 맛으로 리프레시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교동양조장 추천은 단연 온더락 스타일. 한 모금 넘기면 쌀의 고소함과 은은한 산미, 그리고 교동도의 밤 잔잔한 공기가 함께 밀려온다.
또한, 교동도 특산물인 보리새우와의 페어링이 정말 훌륭한데 필자는 꼭 보리새우 한 점에 막걸리 한 잔으로 마셔볼 것을 꼭 추천하고 싶다.
교동도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며
양조장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조용한 해안도로를 따라 잠시 산책을 했다. 차로 10분이면 섬의 서쪽 끝까지 갈 수 있고, 그 너머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좋다. 특히 여름 교동도를 가로질러 불어오는 바람에 장시간의 운전 피로도 씻긴다.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이 정적과 바다의 밤을 담은 교동도의 밤의 여운이 남는다. 여름 한가운데, 가족과의 나들이를 계획 중이라면 이 특별한 밤을 만나러 떠나보는 건 어떨까.
여행 정보 요약
- 위치: 인천 강화군 교동면
- 접근: 민통선 검문소 통과 필요 (신분증 필수, 자정~새벽 출입 제한)
- 추천 동선: 아침 출발 → 대룡시장 구경 → 교동양조장 방문 → 해안도로 드라이브 & 일몰 감상
- 교동도 관광 정보: www.ganghwa.go.kr/open_content/tour/around/kyodongdo.jsp
교동양조장 정보
- 주소: 인천 강화군 교동면 대룡안길54번길 59 1층
- 연락처: 1688-6598
- 스마트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drj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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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북단 섬에서 탄생되는 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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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민지 전통주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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