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제품으로 인류에 기여한다. 화심주조
“소주를 파는 게 1단계고, 위스키를 파는 게 2단계라면… 저희는 지금, 1.5단계쯤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화심주조 대표의 이 말은 이 양조장의 현재 위치를 가장 정확하게 설명해주는 표현이었다. 한국의 재료를 이용한 정통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문을 연 화심주조. 그 위스키를 향한 여정을 소주부터 차근차근 문을 두드리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곳이다. 한국 쌀과 고구마가 가진 고유의 정서를 글로벌 증류주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과정인 셈.
워시(Wash) 이야기
화심주조의 베이스는 명확하다. 위스키 프로세스인데, 재료만 몰트 대신 쌀로 바꾼 것! 일반적인 전통 누룩이나 입국, 밑술과 덧술 같은 한국식 양조 기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특히나 양조장 아니 증류소를 방문했을 때 “저희 워시 드셔 보시겠어요?” 라는 오수민 대표의 말이 아직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많은 양조장을 방문하면서 “밑술”, “덧술”이라는 단어는 친숙하지만, “위시”라는 단어는 익숙하지 않다. 그 단어를 들었을 때부터 나는 증류소에 와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쌀을 갈아서 혹은 로스팅 후 전분을 당화 시키고, 위스키 효모로 발효한 화심주조 워시는 다소 플랫한 바디의 막걸리와 질감이 비슷했다. 나는 증류할 준비를 하고 오크통에 들어가 숙성되기를 기다리고 있어! 라고 말하고 있었다.
고구마 워시는 만드는 방식이 쌀과는 다소 다르다. 고구마는 민찌 설비에 넣어 무스처럼 갈아낸 뒤, 뜨거운 물과 함께 전분을 완전히 당화 시켜 식힌다. 위스키 효모를 넣고 발효하는 그 이후의 과정은 쌀 발효와 같다.
증류(Distillation) 이야기
화심주조는 전통적인 구리로 만든 동 증류기 대신, 스테인리스 감압 증류기를 사용한다.
오수민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두드려 만든 동 증류기에 진공을 걸면 장난감처럼 찌그러질 수도 있고, 열전도율이 너무 높아 에너지 손실이 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증류소들이 동 증류기를 쓰는 이유는 황화 화합물을 제거하는 데 탁월하기 때문이다. 화심주조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증류기를 사용하는데, 스테인리스 증류기 안에 구리 슬레이트를 단계적으로 넣어 스테인리스의 장점을 이용하면서 동증류기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효율적이면서도 깨끗만 향미 성분을 유지할 수 있는 증류를 할 수 있는 이유다. 군쌀을 이용해 증류한 화이트 스피릿을 맛 볼 수 있었는데, 아직은 거칠지만 다소 무게감이 있으면서 스파이시함과 고소함까지 갖춘 소주였다.
오크 숙성 이야기 - ‘꽃의 마음’을 담은 술, 화심
화심은 쌀과 고구마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고구마 제품은 “화심: 꽃의 마음”, 쌀 제품은 “미라온: 쌀의 즐거움”이다. 고구마 스피릿은 버번 캐스크와 버번+마데이라 캐스크 숙성 중이었다. 특히나 마데이라 캐스크는 독특한 꽃향기를 표현하며 창의성을 자극했는데 바이올렛이나 라벤더처럼 보랏빛 계열의 플로럴 노트라 할 수 있겠다. 왜 화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지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시작은 불이지만 끝은 꽃인 이중적인 화심이라는 이름이 참 마음에 든다.
오크 숙성 이야기 - ‘쌀의 즐거움’을 담은 술, 미라온
증류소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미라온 숙성고가 나온다. 현재 70개의 오크통을 운영 중이며, 올해 안으로 15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위스키를 마시는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숙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오수민 대표가 스코틀랜드에서 일할 때 아드백은 최소 10년 숙성이 기본이었다고 한다. 생산자로서 그 말인 즉, 정류소를 열었다면 최소한 10년은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위스키 브랜드 미라온을 발전하는 과정으로 나누어 소비자에게 공개하고 있다.
이것은 아드벡의 방식과 동일한데, 오수민 대표가 아드벡에 보내는 존경심이기도 하다. 그에 따라 Very Young → Still Young → Almost There → Renaissance가 미라온의 라인업이다. 2024년 Very Young을 시작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그렇기 때문에 미라온은 아직 완성된 술이라 할 수는 없다. 미라온 발전 과정을 소비자와 나누며 숙성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것이다. 함께 해 오고 있기에 미라온의 르네상스가 더 기다려진다.
피트 이야기
화심은 최근 피트(peat) 실험에도 도전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종종 맥아를 훈연할 때 피트를 사용하는데, 오 대표는 이 방식이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한국산 피트를 찾기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나오는 전국 습지를 돌아다니며 전부 확인했다고 한다. 그 결과, 김포·평택·제주 등지에서 실제 피트 지층을 찾아냈다. 하지만 그 양이 많지 않기에 한국에서 흔히 태우는 볏짚을 사용해 피트와 함께 훈연 해보았다고 한다. 필자는 숙성고에서 “볏짚 피트와 그 것을 발효해 증류한 스피릿을 맛 볼 수 있었다. 어릴 적 노스탤지어를 자극하는 맛이었다. 외갓집 아궁이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한국산 피트가 만들어내는 향미가 스코틀랜드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 지, 그리고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화심의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끝을 맺으며
화심주조는 누룩으로 빚지 않는다. 구리 증류기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이곳은 그 모든 것들 위에 자신만의 방식을 세워가고 있다. 잘 아는 방식으로, 제대로 만든다.
한국적인 재료를 사용해 정통 위스키 프로세스로 생산하는 화심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든다. 언젠가는 KOREAN WHISKEY하면 모두가 화심을 떠오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화심주조
주소: 동구릉로459번길 136-14 주 2동
문의: 070-7745-8888
스마트스토어: https://smartstore.naver.com/hwasimjujo
화심주조 :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불의 힘으로 빚는 소주, 화심주조
smartst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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